대서사시 “일리아드”
그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과 인간의 한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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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로이" 포스터 |
어떤 문학 작품이 좋은 작품이고, 읽을 만한 작품인가? 하는 질문에는 꼭 한가지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메로스의 걸작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 중 한 부분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서구 문학의 배경중 한 축이 되는 고대 신화 중에서도 독보적인 작품으로 문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 필독서라고 할만하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로이 전쟁의 역사적 사실과 작품의 전후 사정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반도의 초기 도시 국가들이 지중해의 경제권을 장악할 무렵, 그리스 국가들과 지중해와 흑해를 잊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트로이와 그 주변 국가 연합의 대립에서 시작한다. 당시 지중해와 흑해 연안의 오리엔트 국가 간의 무역은 활성화되고 있었다. 이 시기 트로이는 지리적 위치를 이용 중계무역을 통한 폭리를 취하고 있었으며, 직접 무역을 하는 무역선에게 막대한 통행세를 부과 시켰다. 이는 그리스와의 대립을 초래하였으며, 경제적 이익을 늘이기 위한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 시작된다.
신화에서 그려지는 전쟁의 배경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왕비가 왕자 파리스를 낳고, 신탁에서 그 왕자가 후에 트로이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하자 아들을 버리면서 시작된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화가나서 그 결혼식에 불화의 씨앗을 가져다 놓는다. 그것은 후세에 ‘파리스의 사고’라고 불리는 황금의 사과였다. 이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바친다는 말이 있었으므로 여신들은 서로 경쟁하기 시작하였고, 최종적으로 최고의 여신 헤라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남았다. 이들은 그 심판을 파리스에게 맡겼으며, 파리스는 자신에게 최고의 미인을 선물로 주겠다고 제안한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준다. 트로이의 왕자의 신분이 밝혀지며, 트로이로 돌아온 파리스는 그리스 연합 최고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이자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납치한다. 이후 아가멤논이 맹주인 그리스 동맹군과 트로이 사이의 9년 동안의 기나긴 전투가 벌어지고, 이 시점에서 일리아드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가멤논과 감정 대립을 하는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게 되고, 이후 신들의 농간으로 연패하는 그리스 군의 총 지휘자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나 아킬레우스는 거절한다. 대신 친구인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아킬레우스인 것처럼 전투에 참전하나 트로이의 용장 헥토르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위해 아가멤논과 화해하고, 전투에 나가 헥토르를 죽인 후 시체를 끌고 다니며 모욕한다.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은 아들의 시체를 찾기 위하여 아킬레우스를 찾아가고, 프리아모스의 부성애에 감동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준다.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면서 이야기는 끝을 낸다.
이 후 아킬레우스는 암살되고, 그리스 동맹군은 트로이의 목마를 이용하여 트로이를 점령하고, 그리스로 돌아간다. 동맹군의 여러 장수 중에서 오디세우스가 귀향 길에서 겪는 많은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호메로스의 또 하나의 걸작 ‘오디세이’이다.
여기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작가의 의도는 인간의 욕망과 오만, 또한 이에 대한 응징으로 표현되어지는 인간의 겸손과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욕망과 정의, 윤리와의 갈등이 나타나 있다. 트로이 전쟁은 역사적 배경부터 인간의 욕망, 욕심에 의해 시작된 전투이며, 신화적 배경에서도 신화 내에서 너무나 인간적으로 그려지는 여신들간의 미에 대한 욕망, 파리스의 미인을 얻고 싶은 인간적 욕망 등의 다양한 욕망으로 얼룩져 있다. 이런 욕망들이 작품 내에서도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이 작품의 기본이 되는 사건인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대립도 권력과 탐욕의 전형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아가멤논의 전리품인 여성 노예 크리세이스에 대한 집착과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으로 정의로움과 의로움으로 대표되는 아킬레우스의 정의감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또한 다음에 나타나는 그리스군의 연패는 아가멤논의 이기적 욕망에 대한 신의 징벌을 보여주고 있다. 욕망과 정의의 갈등은 여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논쟁의 원인이 된 그리스 군에 대한 아폴론 신의 징벌 역시 이런 아가멤논의 오만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인물들이 자신의 권력욕이나, 물질욕, 일신의 안녕을 위한 욕구, 즉 비겁함 등을 보이며, 지극히 인간적인 그리스의 신들의 모습 속에서도 이런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인간이 얼마나 욕망에 사로잡혀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아킬레우스만이 당당히 아가멤논에 맞서 자신의 정의를 주장하고, 아킬레우스를 다시 회유하려는 경제적인 유혹이나, 여성을 이용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전투에 참여하는 계기 역시 지극히 영웅적인 계기인 죽은 친구에 대한 복수였으며, 다시 전투에 참여하면 자신이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신탁을 받고서도 이를 극복한다. 이런 아킬레우스의 영웅적인 모습을 통해 정의와 윤리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아킬레우스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에서 인간이 가지는 한계성도 보여주고 있다. 영웅 아킬레우스도 신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며, 평범한 인간은 신들 앞에서는 감히 얼굴도 들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인 것이다. 이런 인간에 대한 한계의 설정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징벌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어떤 존재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다만 신만이 불멸의 존재이다.
작가 호메로스는 거대한 그리스 신화의 한 부분인 트로이 전쟁 중에서도 부분에 속하는 부분을 장대한 서사시로 엮어 내면서 그 속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질타와 인간의 한계를 통한 인간 자체의 오만함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신들은 인간의 나약함을 강조하는 수단이며,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있는지를 부각시키는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