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합니다. 공간이 필요하고, 생산을 위한 장비가 필요하고,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자금입니다. 자금을 확보하는 것에는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으로 한정하여 투자 유치를 위한 준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이라고 표현되는 초기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가지 부분을 고려하여 합니다.
첫째, 언제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둘째, 누구에게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셋째, 어떻게 투자 제안을 할 것인가?
이 3가지 질문에 대해서 짧은 지면에 모든 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언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지 투자 유치 시점에 대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성장 곡선과 필요 자금 곡선>
위 그래프는 일반적인 기업의 성장 곡선입니다. 보통 2차 증자와 3차 증자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가장 많은 투자 유치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점이며, 필요 자금과 확보한 자금 사이의 차이가 발생하는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많은 기업이 파산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통 그 구간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으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되며, 투자 시기는 1차 증자 시기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의 단계와 투자 시점>
위 그래프를 보면 1차 증자 시기는 파일럿 개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통상 벤처 캐피탈에서는 이 시기를 초기 투자라고 표현합니다. 대부분이 벤처 캐피탈은 초기 투자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리스크가 높은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회수에 필요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리스크는 상승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창업자의 초기와 투자자의 초기 사이에는 단어의 이해에 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설립 1년 미만의 기획 개발 단계의 투자는 일반적인 기관 투자자에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관 투자자는 투자 조합을 운영하면서 투자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실제 기획 개발 단계의 투자는 투자심의위원회의 의결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이 벤처 캐피탈 리스트는 이 시기의 투자를 검토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관 투자의 초기 투자는 최소한의 성공 가능성을 설득할 산출물을 제시할 수 있는 파일럿 개발단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이 기획 개발 단계의 초기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엔젤 투자자를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파일럿 개발 단계는 게임 개발이라면 파일럿 테스트 플레이 가능 버전이 필요하고, 영상 콘텐츠 제작이라면 시나리오 초고와 감독, 일부 스탭과 일부 캐스팅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가 될 것이며, 애니메이션같은 디지털 영상 콘텐츠라면 파일럿 영상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벤처 캐피탈은 창업자의 아이디어에 투자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체화된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지금 파일럿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투자자를 찾아야 합니다. 투자 유치 활동은 회사 소개와 프로젝트 소개부터 시작하여 투자 상담이 진행되어야 하고, 투자 심사역의 투자 심사 보고서 작성과 투자심의위원회 개최, 계약서 검토와 날인, 증자를 위한 주주총회, 신주 배정과 청약, 주금납입과 등기 등의 절차를 거쳐야 마무리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아무리 짧아도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도 소요됩니다. 따라서 기관에서 지분투자 유치를 계획한다면, 최소 6개월 정도의 자금 운용은 확보된 상태에서 시작하여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자금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검토해야 할 사항은 누구에게 투자를 유치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관 투자자는 초기 투자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먼저 초기투자를 집행하는 투자자를 찾는 활동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투자자에게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투자 유치 성공 여부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그 다음 검토해야 할 투자자 관련 사항은 해당 투자 기관이 투자를 유치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투자 기관에서 투자를 검토하는 투자 심사역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존재합니다. 또한 투자 기관에서 운영하는 투자 조합 역시 주목적인 투자 분야가 있습니다. 2차 증자나 3차 증자에 주로 투자하고, 바이오 분야나 부품 소재 분야 전문 투자 조합을 운영하는 투자사의 소재 분야 투자 전문인 투자 심사역에게 디지털 콘텐츠 투자 제안을 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IT를 잘 모르기 때문에 IT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워렌 버핏에서 IT기업 투자 제안서는 무의미 합니다.>
디지털콘텐츠 스타트업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조합과 심사역이 있는 투자사를 찾는 것은 투자 유치를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입니다.
마지막 사항은 어떻게 제안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다분히 기술적인 부분이 많고,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사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 하자면 먼저 제안 창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사의 심사역에게 제안하는 방법은 3가지 정도입니다. 첫째는 회사의 공식 이메일이나 공개된 연락처를 통해 연락하고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유관 기관의 투자 매칭 행사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셋째는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보통의 투자 심사역의 경우 매월 작게는 10개에서 많게는 3~40개의 투자 제안서를 받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그 많은 제안서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보통 투자 심사역의 업무 중 제안서를 검토하는 업무의 비중은 30%미만입니다. 실제 업무 중 많은 부분은 투자 진행하고자 하는 투자건의 상세 검토나 투자심의위원회 준비, 이미 투자한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 업무 등이 훨씬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공식적인 이메일 등으로 오는 제안서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읽어보게 되며, 제안서의 내용에 대해서 검증하기가 조금 수월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은 투자 매칭 행사를 통한 제안입니다. 이 경우 최소한 제안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제안에 관심이 있으면 심사역은 자료를 추가로 검토하고, 상세한 자료를 별도로 요청하게 됩니다.
<많은 제안서가 쌓여있다가 이면지가 됩니다.>
그리고, 고민할 부분은 적절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론은 다양한 방법이 있고, 내용이 많아 이 글에는 적합하지 않아 기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안하는 기업가치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업 가치의 산정 근거가 없으면, 투자 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사와 기업가치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사는 나름의 기업가치 산정의 방법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시할 근거가 없다면 투자사에서 제시하는 기업가치를 수용하거나 투자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협상한다면 절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너무 낮은 기업 가치는 유치한 자금에 비하여 너무 많은 지분을 주어야 하고, 너무 높은 기업 기치는 이후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할 경우 걸림돌이 됩니다.
<적정한 기업가치는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제안서를 투자자 입장에서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제안서가 제안자 입장에서 작성이 됩니다. 강조하고 싶은 기술의 상세한 내용, 시장 상황과 기획 배경, 기획의 디테일한 강점들까지 작게는 50페이지에서 100페이지에 이르는 제안서는 대부분 이면지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제안서는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5분 내외 속독이 가능한 분량으로 요약본을 작성하여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상세본을 같이 보내거나, 요약본을 확인하고 요청시 상세본을 보낸다고 제안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요약본에 필요한 사항은 간단한 기업 개요와 중요한 기업 혹은 콘텐츠의 강점, 참여 인력의 중요한 경력, 요약된 추정 재무제표 혹은 자금 추정, 필요한 투자금액 등입니다. 통상 파워포인트 기준으로 15페이지 내외가 적정한 수준입니다.
정리하면, 디지털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의 초기 투자 유치는 파이럿 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자금 여유가 최소 6개월 정도 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고, 제안은 디지털콘텐츠 스타트업 초기 기업에 전문성이 있는 투자사의 투자 심사역에게 개인적인 네트워크나 유관 기관의 투자 유치 행사를 이용하여 하는 것이 유리하며, 제안서는 요약본과 상세본을 따로 만들어 근거있는 적정한 기업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될 듯합니다.
짧은 지면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해서 조금 두서없고, 딱딱한 내용이 되었지만, 디지털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성한 글이니 졸필이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 본 원고는 2017년 6월 디지털콘텐츠 상생협력센터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의 초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