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콘텐츠 이야기
손자병법을 실현하다. 전략 게임의 역사(게임의 장르 Part 03)
2018-04-22
이전 칼럼에 이어 인기 게임 장르 중 하나인 전략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전략 게임(Strategy Game)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재화와 병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겨루는 게임이다. 통상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시뮬레이션 게임의 하위 장르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해외에서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명칭을 잘 사용하지 않아 전략 게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
전략(Strategy)이란 기본적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론의 집합이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 사용이 가능하나 통상 전쟁에 많이 사용한다. 전쟁의 전략은 주로 목표를 ‘승리’에 두고 효과적인 방법들을 계획하여 진행하게 된다. 전술(Tactics)은 각각의 상황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략의 하위 개념이다. 따라서 전략적 목표를 위해 전술은 일부러 패할 수도 있고, 시간을 지연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에서 전략적인 승리를 위하여 다양한 방법론들이 개발되었다. 우리는 그런 방법론을 묶은 것을 병법이라 부른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손자병법으로 영어로는 전쟁의 예술(The Art of War)이라고도 불린다.
<전쟁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손자병법>
<출처 : 리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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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런 전략을 경쟁하여 승패를 겨루는 것을 전략 게임이라고 한다. 초기의 전략 게임은 보드 게임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서양의 “체스”나 동양의 “장기”, “바둑”은 이런 전략 게임의 초기 형태이다. 특히 우리가 흔히 보는 장기는 장기말 자체가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의 전쟁을 나타내고 있고, 전차, 포, 기마, 병졸 등 전투 병과를 표시하고 있어 전략 게임이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의 전쟁을 모티브로 한 전략 게임 “장기”>
<출처 : 대한장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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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런 전략 게임들은 실제 전쟁의 요소를 더욱 리얼하게 반영하면서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게 되었다. 이런 보드 게임들은 실제 전투에 가깝게 규칙을 구체화할수록 룰이 복잡하고, 엄청난 난이도와 학습량을 자랑했다.
<엄청난 난이도와 플레이 시간을 자랑한 초기 전략 보드 게임의 대표작 “The Longest Day -1979년 작>
<출처 : 보드게임 순위 차트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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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략 보드 게임들은 이런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 층을 만들어 내면서 매년 새로운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몇 년간 “Twilight Struggle(황혼의 투쟁)”이라는 게임이 전체 보드 게임 시장의 상위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략 보드 게임 순위 상위권을 치키고 있는 “Twilight Struggle(황혼의 투쟁)”>
<출처 : 보드게임 순위 차트 보드게임긱 https://boardgameg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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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략 게임들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컴퓨터로 이식되면서 초기에는 장기나 체스처럼 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초기 전략 게임은 전략 보드 게임의 게임성을 그대로 이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턴 방식의 진행은 당시 제작기술이 가지는 한계점의 문제도 있었고, 하드웨어 성능이 실시간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를 통상 턴 방식 전략게임(Turn-based strategy)이라고 불렀다.
<초기 전략 게임의 대표작 “KOEI”사의 삼국지 1편 -1985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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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작기술과 하드웨어가 발달하여 실시간 전략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턴 방식 전략게임과 비교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실시간 전략 게임들이 전술적인 부분이 강조된 반면 예전 턴 방식 전략 게임들이 일반적으로 더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하여 전략 게임 본래적 재미에 더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후 턴 방식 전략 게임은 실시간 전략 게임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발전을 보여주게 된다.
<턴 방식 전략 게임의 대표작 “문명”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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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턴 방식 전략 게임이 가지는 느린 진행 속도는 큰 단점이었다. 이런 느린 진행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 실시간 전략 게임 RTS(Real-Time Strategy)이다. RTS의 시초가 어떤 게임이냐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전략 게임에 실시간적인 요소가 처음 도입된 게임은 1983년 출시된 “스톤커스(Stonkers)”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게임은 지금 보기에는 너무나 심플한 색상과 키보드 조작으로 단순한 움직임만 가능했으나, 실시간으로 유닛을 움직일 수 있었다.
<심플한 그래픽과 단순한 조작의 “스톤커스”>
<출처 : IT동아 http://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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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RTS의 형태를 보여준 게임은 1992년 출시된 웨스트우드(Westwood Studios)의 듄2(Dune 2)이다. 이 게임은 다른 무엇보다 마우스를 이용한 유닛 조작을 도입하여 이후 RTS 게임 인터페이스를 구축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RTS는 기존의 턴 방식 전략과 달리 실시간 유저의 조작이 게임의 승패를 크게 좌우하는 전술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현재의 RTS 형태를 제시한 웨스트우드의 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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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RTS의 발전은 1994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의 워크래프트(WarCraft)가 출시되면서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게된다. 본격적인 자원의 확보와 유닛간의 상성 관계를 이용한 전투가 강조되었고, 네트워크를 통한 멀티플레이 대전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블리자드는 이 게임을 계기로 대형 제작사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RTS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워크래프트 시리즈 중 3편 “워크래프트3 혼돈의 지배”>
<출처 : 블리자드 웹사이트 http://kr.blizz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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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RTS는 웨스트우드의 “커맨드 앤 퀀커” 시리즈와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서로 경쟁하면서 더욱 발전하였고, 다양한 RTS 게임이 출시되면서 전성기를 이루었다. 그러나 RTS의 전성기는 1998년 블리자드의 세계적인 메가 히트작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의 출시와 함께 막을 내렸다. 역설적으로 서로 경쟁을 통해 발전해오던 RTS는 모든 게임들이 스타크래프트와 비교되면서 시장에서 사라져갔다. 이후 많은 RTS 게임들이 출시되었고, 심지어 스타크래프트2도 출시되었지만, 전작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아직 스타크래프트의 인지도를 넘어서는 RTS 게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RTS를 대표하는 메가히트 게임 “스트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 역시 전작을 넘지 못했다.>
<출처 : 블리자드 웹사이트 http://kr.blizz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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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략 게임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전략 게임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전쟁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게임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언젠가 스타크래프트를 능가하는 전략 게임이 나오길 기대하면 이 글을 마친다.
※ 박형택의 콘텐츠 이야기는 본인이 현재 <게임뷰>에 2018년 2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칼럼의 초고를 올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