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06, 2020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화타의 형제들을 찾아라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화타의 형제들을 찾아라


2020.08.13


 우리가 보통 유명한 의사 혹은 명의 같은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이름들이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드라마의 유명세로 잘 알려진 허준, 유의태, 이제마 같은 이름이 있고, 중국 삼황오제 시대의 명의인 편작 같은 인물이 있으나, 보통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은 아마 ‘화타’일 것이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기도 하는 중국 후한말의 유명한 명의인 화타에게는 이야기가 많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팔을 가르고, 뼈에 침투한 독을 긁어내어 치료했는데 관우는 수술하는 동안 무신경하게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이다. 이 외에도 두통을 심하게 앓고 있는 조조가 화타를 불러 치료를 받고자 했으나 화타가 머리를 갈라 치료하려고 했더니 조조가 관우와 내통한 화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하여 감옥에 가두어 죽였다는 이야기가 있고, 조조가 아들 조충이 위독하게 되자 화타를 죽인 것을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 중에는 화타의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왕이 화타를 불러 최고의 명의라고 칭찬을 하자 화타는 자신의 형들이 더 명의라며 자신과 비교하여 이야기한다. 큰 형은 병이 생기기 전에 병을 예상하여 원인을 미리 제거하고, 작은 형은 병이 작을 때 미리 알아보고 치료하여 큰 병이 되는 것을 막는데 자신은 능력이 부족하여 병이 커진 이후에 치료하여 형들이 더 명의라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형들에게 치료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큰 병을 얻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라 명의인 것을 몰라보고, 자신은 병이 커지고 나서야 아플 때 치료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칭송하여 부끄러운 명성만 얻었다고 말한다.(이 이야기는 화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 시대의 명의인 편작의 이야기라고 나오는 자료도 있으나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은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도 보듯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사람이 더 유능하지만,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의 유능함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임을 제작하다보면 갑자기 닥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정작 성실하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일하는 사람은 너무 소심하거나 업무 속도가 느린 사람으로 평가받거나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더라도 팀에 화타 같은 사람만 많다면 프로젝트는 항상 위기와 문제 해결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일단 병이 커지면, 치료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치료비도 많이 소요되는 것처럼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니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꼼꼼하고 성실하게 꾸준하게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 선제적 대응을 하는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진짜 유능한 사람이다. 화타의 형제들은 역사에 남을 사건 하나 없이 살았지만, 화타는 극복하지 못한 위기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주변에 답답하게 우직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살펴볼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진짜 게임을 성공시키는 숨은 능력자들이다.



※ 이중반룡의 게임애가(泥中蟠龍의 Game愛歌)는 본인이 현재 <경향 게임스>에 2013년 9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칼럼의 초고를 남기기 위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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