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1, 2020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독재자적 자아와 게임

泥中蟠龍, 泥中蟠龍's Game愛歌, 이중반룡, 콘텐츠, 게임, 모바일, 온라인, 벤처, 한국, 박형택, contents, game, mobile, online, Korea, startup, venture,


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독재자적 자아와 게임
 
2020.05.28
우리말에 ‘~로서라는 표현을 알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 국어 시험에서 ‘~로써‘~로서를 구별하는 문제를 봤을 것이다. ‘~로써는 수단, 방법 등의 뒤에 붙여 사용하는 격 조사이고, ‘~로서는 자격, 지위 등의 뒤에 붙여 사용하는 격 조사이다. 예를 들면 칼로써 흥한 자 칼로써 망한다.”, “교수로서 학생을 지도한다.”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로서라는 표현은 하나의 주체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나타낸다. 한 사람이 때로는 어떤 회사의 직원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자식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친구 혹은 연인일수도 있다. 우리는 보통 정신 분열이라는 단어를 심각한 정신 질환의 병명으로 사용하지만, 사실 우리의 자아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다양한 자아의 형태를 가지고 다양한 감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건강한 정신이라는 증거이다. 이것을 분열적 자아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통일된 자아를 가진 경우 다양한 감정의 형태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만약 누군가 부모님과 대화할 때, 친구와 대화할 때 혹은 연인과 대화할 때 같은 형태로 대화를 한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이를 독재자적 자아라고 표현한다. 독재자적 자아가 강하게 되면, 하나의 자아가 너무 강하여 다른 자아가 들어설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해진다. 이런 독재자적 자아는 일상의 많은 시간을 하나의 자아로 지내기를 강요한다. 획일화된 자아는 몰입이 용이하고, 집중력이 높다. 따라서 이런 상태는 효율성이 높고, 작업의 성과가 높아진다. 공부하는 학생 자아가 독재자일 경우 성적이 오를 것이고, 직장인 자아일 경우 업무 성과가 좋아질 것이다. 반면 친구와 멀어지고, 연애는 어려워질 것이며, 가족 관계는 소원해질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독재자적 자아가 극단적으로 강요되는 군대의 모습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군대에서 병사는 다른 모든 자아에 앞서 군인으로서 효율적이고, 목적에 충실한 삶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분열적 자아는 다양한 감정을 제시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하는 자아와 개인의 다양한 자아를 분리하여 스트레스의 연장선을 차단한다. 이런 경험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 된다. 이것이 요즘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있는 삶이다. 또한 이것이 어린 아이들이 역할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며, 다양성이고, 즐거움이다. 최근 악플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연예인의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필자는 그런 문제 역시 개인의 삶과 일을 분리하기 어려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스트레스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우리에게 새로운 자아를 제시한다. 게임 속에서 우리는 주어진 캐릭터에 몰입하여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모험과 환상을 체험하며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감정이 이입된 새로운 자아를 가상의 공간에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며, 새로운 자아는 기존의 삶과 분리되어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게임하는 자아가 독재자가 되지 않는다면, 게임은 일상에서 효율과 성과를 강요받는 우리의 정신 건강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필자는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 이중반룡의 게임애가(泥中蟠龍의 Game愛歌)는 본인이 현재 <경향 게임스>에 2013년 9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칼럼의 초고를 남기기 위하여 올리는 것입니다.